SKT, 해킹사태에 전면쇄신…"1조 투자하고 8천억 손실 감수"

SK텔레콤 유영상 대표가 해킹 사태에 따른 대규모 보상과 정보보호 대책을 직접 발표하며 "통렬히 반성한다. 고객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사고로 정부의 '위약금 면제' 권고를 수용하는 동시에 매출 전망을 8천억원 낮추고, 1조2천억원에 달하는 보상 및 보안 투자 카드를 꺼냈다. 고객에 최대 5천억원 보상…위약금 면제도 SK텔레콤은 4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 감사 패키지'를 발표했다. 유영상 대표는 "사이버 침해 사고와 관련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참회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SK텔레콤의 모든 임직원은 고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감사 패키지에는 총 5천억원 규모의 혜택이 담겼다. 오는 15일 0시 기준 SKT를 비롯해, S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 약 2400만명에게 별도 신청 없이 8월 통신요금의 50%를 할인해준다. 또 연말까지 매월 50GB의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며, 제휴 브랜드와 함께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4월 18일 24시 이후부터 오는 14일까지 해지했거나 해지를 예정한 고객 중 약정이 남아 있는 경우에도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단말기 지원금이나 선택약정 할인 반환 의무도 사라진다. 다만, 단말기 할부금은 별도 계약인 만큼 면제 대상이 아니다. "매출 8천억 감소 예상…그러나 감내"이번 사태로 SK텔레콤은 연간 실적 전망도 수정했다. SKT는 이날 공시에서 올해 매출 전망치를 기존 17조8천억원에서 17조원으로 8천억원 하향 조정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개선'에서 '전년 대비 감소'로 전망을 바꿨다. 유 대표는 이에 대해 "고객 감사 패키지와 정보보호 투자가 단기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주주와 회사를 위한 계획이라고 이사회가 판단했고 감내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보보호에 5년간 7천억원 투자 SK텔레콤은 보안 투자 확대도 함께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총 7천억원을 투입해 정보보호 인력을 2배로 늘리고, 세계적인 모바일 단말 보안 솔루션 '짐페리움'을 모든 가입자에게 1년간 무상 제공한다. 또 해킹 사고로 유심 복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외부 기관과 연계해 보상 절차를 돕는 '사이버 침해 보상 보증 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보험 한도도 기존 10억원에서 1천억원으로 확대한다. 정보보호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금도 100억원 규모로 출연할 계획이다. 조직도 개편된다. 고객관리망만 책임지고 네트워크 보안은 소홀히 했다는 정부 조사 지적에 따라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은 CEO 직속으로 재편되고, 미국 아마존·삼성전자 출신의 이종현 CISO가 새롭게 선임됐다. 이사회에도 보안 전문가가 신규 영입되며, 자체 보안 점검을 위한 '레드팀'도 운영된다. SK텔레콤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사이버 보안 프레임워크(CSF)를 기준으로 보안 체계를 3년 내 국내 최고, 5년 내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보안 대책이 대규모 투자로 이어진 만큼, 기존 AI 전략에 대한 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는 "AI 투자에서 일정 정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해졌지만 SKT의 미래는 AI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형의 문제가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통신과 AI를 다 잘하는 회사로 성과를 보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