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임박했는데 정부 엇박자?…통상본부장 또 미국行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 협상을 두고 "매우 쉽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가운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르면 이번 주말 다시 미국을 방문해 협상에 나선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우리가 어떻게 확대 균형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 길을 찾는 데 (협상) 주안점을 뒀고 이번 협상 결과"라고 밝히며 최소한 합의점은 찾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협상이 순탄치 않다는 점을 시인한 것인데 '줄라이 패키지'(7월 포괄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李 직설 화법에 다시 짐 싸는 통상본부장  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한구 본부장은 미국 정부가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시한(9일)을 앞둔 이번 주말 다시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당초 산업부는 지난달 여 본부장의 방미(訪美) 직후 "(한미 간) 간극이 큰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어떤 부분을 미국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랜딩(landing)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부분인지 3차 기술협의를 통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으름장에도 "최대한 유예를 끌어내면서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유예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관세유예기간 도래 전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7월 8일까지 (관세 협상을) 끝낼 수 있는지도 확언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보안 측면이 하나 있고 또 얘기 자체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 참 말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는 하다"면서도 "쌍방 모두에게 도움 되는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쌍방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산업부가 '랜딩' 지점을 찾았다고 자평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심상치 않은 기류…美하원의원 항의 서한, 美국무장관은 방한 취소가뜩이나 여 본부장의 방미 성과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작심 발언의 배경을 두고 뒷말도 무성하다. 여 본부장 방미때 미국 측이 "협상할 거리를 왜 갖고 오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반응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더욱이 여 본부장이 면담을 하고 온 미국 하원의원들이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온라인 플랫폼 기업 규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서한을 미국 측 협상 관계자들에게 보낸 것 역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다음주로 예정됐던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의 방한이 돌연 취소되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도 짙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정상회담과 관세 협상은) 별개의 트랙"이라며 "(시한 전까지) 최대한 결과를 내보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李대통령 발언 의도 놓고도 해석분분…직접 풀어내는 그림 원했나 이 대통령이 협상에 대한 어려움을 실토한 데 대한 배경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이어진다. 소관 부처의 공식 설명을 사실상 뒤집다시피 한 것은 물론, 대통령이 통상 협상에 대해 직설적으로 "어렵다"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난관에 봉착한 협상을 직접 풀어내는 그림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다방면에서 논의 주제를 많이 발굴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에너지, 조선, 공급망 등 관세 외 분야는 물론 비관세 장벽까지 다양한 카드를 고민하면서 협상 의욕을 내비쳤다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여론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일반적으로 통상 분야에선 여론의 기대치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역대 대통령들이 직접 키를 쥐려고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향후 국내 경제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경쟁국인 일본 등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낸다면 이 대통령에 대한 '허니문 모드'가 예상보다 일찍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