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적용될 '이재명 정부' 첫 최저임금, 오늘은 결정될까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의 인상폭을 결정할 사회적 대화가 막판 힘겨루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이인재 최임위원장은 지난 1일 열린 8차 회의에서 노사 양측에 최저임금 5차 수정안을 9차 회의에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애초 이날 공익위원들은 5차 수정안의 결과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폭을 논의하는 상·하한선을 제한하는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공익위원 간사인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권순원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혀, 최임위 논의가 다음 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권 교수는 "공익위원은 신(新)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 통합의 차원에서 노·사·공익간 합의로 2026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자고 제안해왔다"며 "오늘 회의에서도 노사의 주장이 합의를 위한 수준까지 좁혀지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8차 회의에서 4차 요구안으로 노동계는 현행 최저임금 1만 30원보다 1230원(12.3%) 많은 시급 1만 1260원을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현행 최저임금보다 80원(0.8%) 오른 1만 110원을 4차 요구안으로 내놓았다.
이번 최임위 회기에서 노동계는 최초요구안으로 1만 1500원을 제시한 데 이어 1차 수정안도 최초안을 고수했고, 2차 수정안으로 1만 1460원, 3차 수정안으로 1만 1360원을 각각 내놓았다.
경영계는 최초요구안으로 올해와 같은 1만 30원 동결안을 내놓았고, 1차 수정안으로 1만 60원, 2차 수정안으로 1만 70원, 3차 수정안으로 1만 90원을 차례로 선보였다.
이에 따라 노사 양측 요구안의 격차는 최초요구안의 1470원에서 1150원으로 좁혀졌다. 다만 아직 노사 간의 입장차가 커서 여러 차례에 걸쳐 추가로 수정안이 제시될 가능성도 높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류기섭 사무총장은 "법률상 명시되어 있는 생계비를 고려하지 않는 별도의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산식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적어도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4가지 결정 기준에 의거하여 제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생계비를 반영한 현실적인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6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오른 사실 등을 강조하며 "고물가 국가인 한국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비용은 이미 그 한계를 벗어난 지 오래"라며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 없이는 내수경제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도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미선 부위원장은 최근 대구 지역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점을 근거로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지불할 수 없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사용자위원의 주장을 2004년과 2006년 대구 지역 대학총학생회의 노동법·최저임금법 위반 실태 조사와 2024~2025년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 비정규교수노조, 대학생청년노동인권사업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반박했다.
이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문제는 단순히 취약 업종 사업주의 지불능력 때문만이 아니다"라며 "조사 결과를 보면 사용자들이 수십 년간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을 지속적이고 심각하게 위반해 온 실태가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수준이 너무 높아서 이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고용주들이 노동관계법 전반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정도로 노동자들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최저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미만율 문제는) 노동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지역 전반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제대로 시정하거나 처벌하지 못하는 정부와 노동청, 지자체의 책임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2024년 생계비는 7.5% 인상된 반면, 최저임금은 2.5% 인상에 그쳤고, 올해는 고작 1.7% 인상에 불과하다"며 "2026년 최저임금은 최소한 생계비 수준만큼은 올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반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는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7조 원에 달하고,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2%에 이르고 있다"며 "폐업 사업자 또한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각종 지표들이 이들의 지불 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나타나고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최저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한 독일은 최저임금이 중위임금 대비 51% 수준이고, 향후 2년간 계획대로 최저임금을 인상해도 중위임금의 60%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반면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0%를 지난 2019년에 이미 넘어서 지금은 독일보다도 약 10% 높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수준이 이미 높은 데다가 경제 상황까지 악화된 여건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인상이 된다면 이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내년 최저임금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 그리고 취약계층 근로자의 일자리 안정에 초점을 맞춰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명로 인력정책본부장은 "'을과 을이 상생하고 연대하자'고 하면서 매출 감소, 수익 감소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분들에게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앞뒤가 맞는 얘기냐"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놓고 못 주면 근로감독을 통해서 형사처벌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 맞느냐"고 노동계의 주장에 반박했다.
또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면서 지불 능력이 충분한 사업주를 상정하고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가장 취약한 집단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것이 공정하다"며 "최저임금 고율 인상 주장이 낮은 최저임금으로라도 일하고 싶어 하는 미숙련 청년, 고령자들의 취업 기회 자체를 줄어들게 만들어서 이들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노동시장 내부자와 외부자 간 격차를 늘려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2026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은 지난달 29일까지였다. 다만 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고시하는 오는 8월 5일로부터 20일 전까지인 최임위가 합의안을 제출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달 초, 중순까지 최저임금 심의가 계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