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여자였던 남자의 뜨거운 눈물

131885329.1.jpg샐리 포터 감독의 ‘올랜도’(1992년)에선 남성으로 태어난 귀족 올랜도가 어느 날 여성이 되어 400여 년간 늙지 않고 살아가는 내용이 나온다. 유달리 수줍음 많던 조선의 시인 최성대(崔成大·1691∼1762)도 자신이 여성이었다고 노래한 적이 있다.시인이 한양 남산 앞 밭 부근의 집이 자신이 전생에 놀던 곳이라 여기고 탄식하며 지은 작품이다(이덕무, ‘淸脾錄’). 꽈리풀 캐던 여인이 곧 전생의 시인 자신이라고 했다. 조선 후기 들어 남성 시인이 여성을 대신하거나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노래한 한시가 늘어났지만, 시인처럼 자신이 여성이었다고 고백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시인은 생일에 쓴 시에서 꽈리풀 캐서 돌아오는 사람이 자신 같다고 읊은 바도 있다(‘生朝漫言’). 시인은 10년 연상의 벗 신유한과의 관계가 부부 같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본 칼럼 28회 참조), 위 시를 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신위, ‘二詩塚 幷序’). 영화의 원작인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도 작가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