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었지만 봄은 잿빛입니다. 화마(火魔)가 집어삼킨 우리 숲을 생각하면 버드나무 가지처럼 마음에 눈물이 흐릅니다. 도깨비불 앞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속수무책인지요. 겨울을 견딘 나무들이 꽃눈과 새잎을 터뜨리는 생명의 계절에 불길이 숲을 할퀴며 옮겨붙고 있습니다. 메마른 건 날씨와 토양만이 아닐 겁니다. 이 땅의 산과 숲, 그 속에 숨 쉬는 문화와 생명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도 그처럼 말라 있던 건 아닐까요. 무엇을 지키지 못했는지, 무엇을 외면했는지, 무엇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이 땅의 숲에 묵념을 올립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압축 성장하며 진통을 겪듯, 한국의 숲도 급속한 치산녹화를 지나 기후변화를 맞았습니다. 단 몇 도의 기온 상승이 재앙을 키운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위험지수는 기온이 1.5도 상승할 때 8.6%, 2.0도 상승할 때 13.5%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됩니다.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