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들은 이미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위장과 자궁, 혈관과 항문까지 번져가고 있어.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몰아낼 수 있지? 어떻게 해야 해? 또 약을 먹어야 할까.’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환각에 빠진 여성이 있다. 37세 박지수. 그가 삼킨 건 나비 날개를 닮은 다이어트약 펜터민. 이른바 ‘나비약’이다. 타고난 몸피를 벗어나려는 발버둥과 악다구니.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11일 장편소설 ‘치유의 빛’(은행나무)을 출간한 강화길 소설가(39)는 흔히 ‘한국형 여성 고딕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불린다. 2020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았던 ‘음복(飮福)’ 등을 통해 가부장제 부조리에 노출된 여성 서사를 고딕 호러 스타일로 풀어내 왔기 때문이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이전에 쓴 작품들도 ‘적나라하다’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은 편인데, 더 나가고 싶었다”며 “지금까지 들어갔던 것보다 더 들어가서 더 깊은 어둠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한계선을 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