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재판 무대가 계엄의 밤, 국회를 지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로 이동했다. 그날 선관위로 향했던 고동희 대령(전 정보사령부 계획처장)은 3일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고 회고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고 대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9차 공판에서 지난해 12월 3일 상황을 순서대로 설명했다.
오전 10시,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이 그와 작전과장 서지훈 중령을 호출했다. 문 사령관은 '소령급 8명을 선발하라'며 '상부 지시로 야간에 긴급 출동할 일이 있을 것이다. 전투모에 전투복을 착용하고, 권총을 휴대하라'고 했다. 공포탄을 준비하려고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실탄을 인당 10발씩 챙기라고 했다.
고 대령은 문 사령관이 '상부'가 어디인지 설명하진 않았지만 "국방부 장관님의 뭔가 지시가 있나보다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 사령관은 '상황이 발생하면 20시에서 22시 어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런 소집, 갑작스런 지시... '선관위로 가라'고 대령은
오후 1시 10분경, 서 중령과 선발한 팀원 8명을 모아놓고 '야간 긴급출동할 수 있으니 멀리 가지 말고 통신 대기 잘하라. 특히 20~22시는 집중해서 대기해야 한다'고 전달했다.
오후 5시경, 문 사령관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
과천정부종합청사에 중앙선관위가 있는데 그쪽으로 출동하게 될 것이고, 가게 되면
출입통제하고 서버실 위치 확인하고 거기를 지키고 있으면 된다고 했다."
고 대령은 "중앙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는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며 "처음에 문상호 사령관이 '과천정부종합청사에 중앙선관위가 있다'고 했기 때문에 정부기관의 하나인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찜찜함'은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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