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 청산면 지전리, 청산초·중·고등학교로 가는 길목에 재미난 간판이 하나 있다. 짱구네슈퍼, 바깥으로는 빛바랜 캡슐 뽑기 기계가 섰고, 오래된 나무 미닫이문도 옛 풍경 그대로인 듯한 곳. 가게 앞 평상은 누구라도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널찍하고 깨끗하다. 어른들에겐 추억의 공간이자 학생들에게도 여전히 '학교 앞 슈퍼'로 존재하는 짱구네슈퍼다. 이곳에서 최형주(73), 조재민(69) 씨 부부를 만났다.
학생들이 한 번 들으면 잊지 못할 상호"'지전상회'가 있던 자리예요. 우리가 운영한 지는 이제 30년 좀 넘었는데, 이전부터 잘되던 슈퍼 자리죠. 원래 계시던 어르신 연세가 많으셔서, 가게를 세 놓으셨고 우리 부부가 운영하게 됐어요."
지전리에서 태어나, 배·논농사를 해온 최형주씨가 슈퍼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30대 후반 무렵. 두 딸과 아들을 어떻게 길러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다. 농사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겠다는 판단에 아내의 고향인 부산으로 갈지, 옥천읍으로 가서 일자리를 구할지를 고민했다고. 그 시기에 마을에 가게 자리가 났다. 망설임도 잠시, 고향에서 슈퍼를 하기로 결심했다.
"초·중·고등학교가 한데 있으니까요. 학생 수도 많았고 학교에서 가까운 슈퍼니 해볼 만하겠다 싶었지요. 짱구네슈퍼는 백운암(보은군 마로면)에 계신 스님이 지어주신 상호예요(웃음). 아마 그 당시에 짱구가 유행했던 모양인데, 학생들이 한번 들으면 잊지 못할 이름을 지으려 하다 보니 그렇게 됐죠."
도랑에 둑 만들어 수영장 만들고그렇게 반평생 학교 가까이에서 학생들과도 친근하게 지내온 부부. 최형주씨는 학교 인근 도랑이 복개되기 이전, 그곳에 학생들이 수영할 수 있도록 둑을 만들었던 일을 회상했다.
"지금은 도로로 덮혔지만, 이전에는 물이 아주 깨끗한 또랑(도랑)이 있었거든요. 여름이면 아이들이 거기에서 수영을 많이 했어요. 수영할 깊이가 되도록 돌 가져다가 둑 만들어놓고 재미나게 놀 수 있게끔 했죠."
값을 지불하지 않고 몰래 물건을 가져간 학생을 세워두고 타일렀던 웃지 못할 일도 선명하다. 이곳을 졸업한 학생도, 교사도 모두 한 번쯤 들러본 짱구네슈퍼와 부부를 기억하고 있을 테다.
"지금 학교 다니는 학생들도 더러 오지만, 그보다 졸업한 학생, 선생님, 다른 지역에 사는 주민들도 종종 이곳을 찾아요. 나는 찾아온 사람들을 기억 못해도, 아내는 대부분 기억하더라고. 서로 반갑다며 인사하고, 이렇게 컸느냐며 신기해하고 그래요. 여기가 꼭 학교 교무실인 것마냥 찾아들 오는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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