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극히 비정치적인 성향의 인물이다. 지난날의 행적이 잘 말해준다. 장준하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사상계>가 고사되어 가는 참상을 겪으면서 정계에 뛰어들어 박정희와 온몸으로 싸울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계진출'이 자의보다는 '마지못해서' 이루어진 측면이 강하다. '완물상거(玩物喪去)'라는 말이 있다. 쓸 데 없는 놀음에 빠져들어 자기의 지조를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장준하의 경우 이에 해당되는 것일까, 아닐까.
1950년대 후반 <사상계> 주간을 지낸 안병욱은 장준하의 '정치야심'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정치에 야망이 있었다. 국회의원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의 꿈을 꾸고 있었다. 화신 뒤에 있는 어떤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대통령에 출마할 의사를 나에게 비치었다. 나는 극구 만류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대통령이 되는 길>이라는 상·하 2권의 일역본이 놓여 있었다. 나만큼 박정권과 싸운 사람이 누가 있느냐, 나에게는 투지도 있고 명성도 있다는 것이다.
"조직도 없고 돈도 없고 정당도 없고 이북출신이 아니냐, 무엇을 가지고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장형에게 직언을 했다. 그가 섭섭해 할 것을 알면서도 진정 그를 위하여 반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의 분과 도에 넘치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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