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또다시 이런 탄핵이라는 비극적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은 정말로 부끄럽습니다. 저는 먼저 국민들께 무릎 꿇고 사죄 올립니다." (2024년 12월 12일)
김태호 국민의힘(경남 양산을) 의원은 돌연 무릎을 꿇었다. 당 원내대표 선거에 후보로 나선 김 의원은 9일 전 터진 윤석열 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소추에 대한 사과로 연설을 시작했다.
김 의원이 무릎을 꿇자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눈을 감거나 김 의원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취재진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는 상황임에도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딴청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 그 장면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김 의원은 준비한 연설을 이어갔다.
"12.3 사태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맞잡은 대통령과의 손을 놓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의원들은 눈을 감았다. 자신의 머리에 손을 얹는 의원이 있었고, 고개를 뒤로 젖힌 의원도 있었다.
4선의 중진 의원이지만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나흘 전이었던 지난해 12월 8일 벚꽃 대선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하루 전에 당론으로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부결한 데 대해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이유로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하며 "질서 있는 퇴진의 유일한 방법은 벚꽃 대선"이라고 밝혔다. 윤석열의 하야를 촉구한 것이다.
김 의원의 원내대표 정견 연설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 됐다.
"우리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입니다. 집권여당으로서 그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정치 공학만 따지는 꼼수의 정치가 아니라 정당하게 정도로 가야 됩니다. 이제 국민을 위한 정치, 국가를 걱정하는 정치로 바뀌어야 됩니다. 이제 탄핵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됩니다. 새롭게 새로운 길을 찾아가야 됩니다.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힘들어도 진실은 밝혀져야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아파도 국민이 원하면 그 길이 어떤 길이라도 갈 준비를 해야 됩니다. 우리는 변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변화와 혁신을 얘기하는 김 의원에게 34명이 투표했다. "저는 친윤"이라던 권성동 의원은 72명의 지지를 얻었다. 2배 이상의 표를 받은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다.
그 후 3개월여가 지났다. 지난 3월 12일 김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각하해줄 것을 요구하는 2차 탄원서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데 전체 108명 국민의힘 의원 중 82명(76%)이 뜻을 모았다. "아파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던 김 의원은 이번엔 '다수'와 함께했다.
다음은 12.3 계엄 이후 김 의원의 주요 정치적 선택들이다.
2024년
12월 4일 : 12.3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투표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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