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일 실시된 서울특별시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장인홍 후보가 56.03%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전임자였던 국민의힘 소속의 문헌일 전 구청장이 자신이 보유한 자사주식을 백지신탁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며 자진사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의힘은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으며, 구로구가 지난 10여 년 이상 민주당계 정당의 강세 지역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12.3 계엄과 탄핵 정국 이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해진 것이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견된 결과만큼이나 2위를 차지한 후보에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는 장 당선자를 포함한 4인의 후보가 출마하였다. 조국혁신당 소속의 서상범 후보와 진보당 소속의 최재희 후보, 그리고 자유통일당 소속의 이강산 후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유통일당의 이 후보이다. 그는 자유통일당에서 보기 드문 32.03%라는 득표율과 함께 다른 두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리며 2위의 자리를 지켰다. 32.03%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 15%를 훌쩍 뛰어넘어 3분의 1에 가까운 투표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가능한 수치이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극우 성향의 정당에서 이러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것이 충격적인 사실이다.
물론, 이 결과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보궐선거의 일반적인 경향이 그러하듯 투표율이 본 선거와 비교했을 때 극도로 낮았으며(25.92%), 여당인 국민의힘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고 국민의힘 출신의 무소속 후보 또한 출마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사실상 '보수'의 정체성을 내세운 유일한 후보였으며, 이것은 그의 선거홍보물과 슬로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자유통일당이 이처럼 높은 지지율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주요한 시그널로 다가온다.
특히 그의 공약은 이주민 혐오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극우민족주의의 색채를 담고 있다. "중국인 밀집 지역인 개봉역을 '을지문덕역'으로 변경"해 "구로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1946년 종로 일대 화교촌의 거리를 살수대첩에서 중국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 을지문덕의 이름을 따 '을지로'로 개칭하고, 일본인 거주지였던 지역을 이순신 장군의 호를 따 '충무로'로 명명했다는 정책과 연속선상에서 이를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최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색출해 추방하겠다는 민족주의적 감시사회의 비전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그 밖에도 장례식장 설치 반대나 재개발/재건축 추진 등 포퓰리즘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한 공약들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러한 극우적 지향이 공식적으로는 무려 3분의 1에 가까운 선택을 받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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