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를 머금은 국회의 공기를 "둥둥둥" 북소리가 갈랐다.
2일 오전 햇빛으로 한나절 달궈진 아스팔트 바닥이 폭염으로 펄펄 끓었다. 하얀 민복을 입은 부모들이 국회 앞 농성장에 네 줄로 늘어섰다. 한 줄에 열댓 명씩 50명의 부모가 가로세로 3m·30m 크기의 검은 매트와 천을 바닥에 깔고 3초간 바짝 엎드렸다. 둥둥둥 북소리가 네 개의 구호를 더했다. "발달!" "장애!" "권리!" "확대!" 32도 아스팔트 위로 땀이 뚝뚝 떨어지더니 검은 천을 더 새까맣게 적셨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오체투지가 11차례를 맞았다.
북소리가 열두 번 울리면 부모들은 누웠고, 다시 열두 번 울리면 일어났다. 지난 6월 16일부터 오전 11시가 되면 1시간씩 눕고 일어나길 반복한 이들의 오체투지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100배씩 누적돼 이날 1100배를 향해 갔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아래로 가슴과 무릎과 모든 신체 부위를 땅에 던져가며 이들이 국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북소리가 국회를 둥둥 울리자, 엄마들의 이야기가 땀처럼 뚝뚝 흘렀다.
"100배까지 1배 1배, 뚜벅뚜벅 갑니다!"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강복순(56)씨의 딸은 뇌병변·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2016년부터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에서 활동하는 강씨(현 서울지부 관악지회장)는 "그전까지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제도가 하나도 없었다"라고 떠올렸다. 활동보조 지원이 안 되는 기간이면 24시간 내내 딸의 손발이 되어줘야 했다. 식사든 취침이든 엄마와 딸의 일과는 "원 플러스 원(1+1)"이었다. 자녀의 장애를 이유로 돌봄이란 부담이 오롯이 부모에게 전가됐다.
강씨의 불안을 키운 건 "딸이 성인이 되면 돌봄의 무게가 심해지지 않을까"라는 부담감이었다. 25살 딸은 현재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에 다니고 있다. 이용 기간(5년)이 끝나면 딸에게 필요한 주간활동 서비스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강씨는 육체를 땀으로 흠뻑 적시는 오체투지를 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24시간 지원할 수 있는 통합 돌봄이 필요하다고,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부모들의 자녀 돌봄을 국가책임제로 완전히 정착시켜달라고" 강씨가 이마가 땅에 닿도록 몸을 엎드렸다.
강씨의 옆에서, 오체투지 행렬의 선두에서 김종옥(63)씨도 몸을 엎드렸다.
32살 자폐성 장애 아들을 둔 자신은 거리로 나왔지만 "나와서 싸우지도 못하는" 다른 부모들의 어려움을 공란으로 남겨둘 수 없었다. 강씨와 마찬가지로 부모연대(현 문화예술위원장)에서 활동하는 김씨는 "오늘 죽을까, 내일 죽을까, 매일 죽을 생각만 하는 부모들이 죽지 않게 붙잡으려면 우리가 그들의 울타리가 돼야 한다"라며 땅에 몸을 내려놓았다. 이번 오체투지 기간 김씨는 총 8차례, 800번의 절을 국회에 올렸다.
엄마들이 눕고 일어날 때마다 땀으로 젖은 파란 조끼가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구축', '발달장애인과 가족 권리 보장'이라는 문구를 앞뒤로 드러내며 북소리를 더했다.
"이제 30배입니다! 60배까지 하고 쉬겠습니다!"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