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박당한 기자의 증언 "말 한마디 없이 우악스럽게... 광주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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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계엄군들이 그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순식간에 저를 우악스럽게 덮칠 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라는 짧은 고민 끝에 유지웅 <뉴스토마토>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증언한 말이다. 그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본청에 투입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에게 케이블타이로 손목을 묶이고 폭행을 당했다 풀려난 당사자다.

당시 상황을 담은 기사(관련 기사: 계엄군, 물리력 행사…무릎 꿇린 채 케이블타이 '포박')와 국회 CCTV 영상(관련 영상: 계엄군, 물리력 행사...무릎 꿇리고 케이블타이 '포박')을 공개한 유 기자는 "707특임단이 저를 발견하고 집단으로 폭행하고 휴대전화를 빼앗고 (국회 본청) 벽면에 밀어붙인 건 모두 1분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케이블타이를 꺼내는 것도 망설임이 없었고 정해진 시나리오대로였다"라며 "그 순간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유 기자가 확보한 국회 CCTV 영상이 뒤늦게 언론에 공개되자 야권에서도 강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정당한 취재 활동을 하는 기자를 폭행하고 포박하려 한 것"(황정아 대변인), "국민 누구나 당할 뻔한 장면"(김민석 최고위원)이라며 당시 국회에 계엄군이 투입된 상황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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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하고, 휴대전화 빼앗고, 벽면에 밀고... 1분 내 벌어진 일"

<뉴스토마토>는 지난 1일 당시 707특임단 대원이 자사 기자를 붙잡고 케이블타이로 포박하는 장면이 담긴 국회 방범용 CCTV 영상을 확보해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55분쯤 촬영된 영상으로, 특임단 대원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들을 촬영하던 기자를 붙잡아 국회 본청 벽으로 밀어붙인 뒤 팔을 뒤로 돌려 손목을 케이블타이로 묶는 장면이 나온다(관련 기사: 계엄군 케이블타이로 '기자 포박', 국회 CCTV에 잡혔다).

유 기자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취재하던 상황을 떠올리며 "광주에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광주가 바로 떠올랐다"라며 "군대를 다녀왔다 보니 당시 헬기 3대가 (국회의사당) 상공에 나타나 운동장 뒤편으로 사라졌을 때 계엄군들이 쏟아져 내려올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큰일이라는 생각에 국회 본청으로 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707특임단의 본청 진입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 국회 운동장 쪽으로 향했다는 유 기자는 "당시 취재진과 보좌진이 모여 있는 본청 정문 쪽에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장 쪽으로) 갔다"라며 "(707특임단을) 처음 발견했을 때 그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순식간에 집단으로 민간인인 저를 우악스럽게 덮칠 줄 몰랐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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