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설' 비웃듯 명쾌한 파면 선고…"尹 모두의 대통령이었어야"

[앵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했습니다. 4일 오전 11시 22분 주문 낭독 시점부터 CBS는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호칭을 변경합니다. 2월 말 변론종결 후 한 달 이상 선고일정이 잡히지 않으면서 기각·각하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거나 재판관들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심판이 정지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왔지만, 오늘 파면 결정문은 그러한 낭설을 비웃듯 명쾌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취재기자 연결해 결정문 내용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정다운 기자. [기자] 네 헌법재판소입니다. [앵커] 군더더기 없이 12·3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질타하는 결정문이 나왔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22분간 선고문을 읽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반전 없이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법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대목부터 읽어서 탄핵이 기각되나 가슴을 졸이게 했었는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오늘 결정문을 요약하자면 경고성, 호소용 계엄이란 건 있을 수 없고, 계엄군을 국회에 보낸 건 국회의 권한행사를 방해한 위법행위라는 겁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고, 주요 정치인과 법관 등에 대한 위치파악도 '필요시 체포하려는 시도'라고 인정했습니다. [앵커] 포고령의 위헌성까지 지적하면서 5개 소추사유를 모두 인정한거네요. 윤 전 대통령 주장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가요? [기자] 맞습니다. 정말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의 잇따른 탄핵소추와 예산안 심의 과정의 망국적 폭거 때문에 계엄을 했다. 국정 위기상황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는데, 그런 건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목적이 아니라고 못박았습니다. 또 계엄이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행사를 방해하는 등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호소용 계엄이라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앵커] 또 윤 전 대통령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을 탄핵하려고 굉장히 애썼는데, 결국 증인들 손을 들어준거죠? [기자] 네. 국회에 군을 보낸 건 질서유지 차원이었다는 게 윤 전 대통령 주장이었고, 이에 반해 곽 전 사령관 등은 대통령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하면서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하려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했죠. 재판부는 이런 증언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이른바 '홍장원 메모' 신빙성 논란까지 불거진 체포조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했는데요. 재판관들은 주요 정치인이나 전직 대법원장, 대법관 등에 대한 위치확인 시도가 필요시 체포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정당활동의 자유는 물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라고 질타했습니다. 문 권한대행은 이런 과정에 우리 군이 동원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해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앵커] 우리 국민 모두가 분노하고 가슴아파한 그런 장면이었죠. 재판부에서 잘 짚어준 것 같습니다. 이런 위헌 위법이 얼마나 중대한 사안이라고 표현했나요. [기자] 문 권한대행이 낭독한 대목을 그대로 전해드리면요.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 "법치국가 원리와 민주국가원리의 기본 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 그 자체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국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 이런 표현이 다수 등장했고요, 때문에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 권한대행의 말 다시 들어보시죠.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은 수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된 점을 자신의 위법성을 낮추는 주장으로 활용했는데, 헌재는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라며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비상계엄도 잘못됐지만 거대야당의 횡포도 심각했다는 양비론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부분에서도 재판부가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재판관들은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면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국회 측을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2024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패했던 부분을 거론하면서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됐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해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 이렇게 썼는데요. 정치적으로도 사법적으로도 모두 실패했다는 게 최종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