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미국에 추가보복 안해…우라늄 농축은 계속"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핵 시설 공습에 대해 보복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라늄 농축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반치 차관은 3일(현지시간) NBC 뉴스 인터뷰에서 지난달 미국의 핵 시설 공격이 이란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켰다며 "이는 명백한 침략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미국을 믿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왜 그들이 우리를 오도했고 우리 국민에게 그런 끔찍한 조치를 했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 공군은 지난 달 21일 B-2 스텔스 폭격기와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동원해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내 3개 핵시설을 정밀 폭격했다. 이튿날 이란은 카타르와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해 보복을 감행했다.
라반치 차관은 추가 보복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이 우리에게 가하는 침략 행위가 없는 한 우리는 다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교와 대화를 지지한다"며 "(미국이) 협상 중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는 우리 지도부가 다음 협상 단계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위해 필수적 요소"라고 부연했다.
미국이 중단을 요구한 우라늄 농축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라반치 차관은 "우라늄 농축에 대한 우리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이란은 자국 영토 내에서 우라늄 농축을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준수해야 할 유일한 것은 군사화하지 않는 것"이라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범위, 수준, 능력을 논의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오히려 이란의 핵무장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기 집권 당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우라늄 농축 농도를 무기급에 근접한 60%까지 끌어올렸다.
그간 이스라엘을 제외한 서방 국가 정보기관들은 이 같은 조치를 협상용 카드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중단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존 에라스 미국 무기통제·비확산센터 선임정책국장은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IAEA의 감시 없이 이란이 핵시설을 재건할 경우, 우리는 그 사실조차 알아차릴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 "이란은 다음에는 자신들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