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서 읽을줄 아는 젊은이 거의 없어… 귀중한 고문헌이 이러다 폐지 될 판”

131928069.4.jpg“적막한 사립문에 해는 저무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 보았더니, 천 리 밖에서 편지를 전해 주는 이가 있었습니다.…아이는 마침내 무사합니까.” 1644년 선비 홍위(1620∼1660)가 처가에 보낸 편지의 일부 내용이다. 홍위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아내는 돌림병에 걸렸다. 쌀독이 비었는데 가뭄마저 지독해 “하염없는 세상만사를 다만 하늘의 뜻에 맡길 뿐”이었다. 6년 뒤인 1650년 문과에 장원 급제하고 경상도 관찰사와 동부승지를 지낸 홍위지만, 당시의 편지에선 고달프기 이를 데 없었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이 편지는 지난달 출간된 신간 ‘간찰, 붓길 따라 인연 따라’(태학사)에 실려 있다. 조광조 이황 이항복 송시열 등 이름난 조선 유학자 142명의 간찰(簡札) 164편을 망라한 책이다. 고미술품 수집가인 이상준 더프리마 회장이 소장한 ‘동방명적’ 등 간찰첩 6책을 탈초(脫草·초서 등으로 쓰인 한문을 정자로 바꿈)하고 번역한 이는 고문헌 연구가 석한남 씨(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