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수통-라이터… 6·25 무명용사의 마지막 순간 밝혀”

131913571.1.jpg지난달 23일 대전 유성구 국가유산청 산하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작업대 위에 놓인 기관총은 검붉은 녹이 남아 지금도 피에 젖어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었다. 오래된 쇠에서 나는 비린내도 살짝 풍겨 왔다. 70여 년 전 6·25전쟁에서 죽은 한 무명용사가 마지막까지 떨리는 손으로 쥐고 있었을 총이었다. “연구원으로 가져와 X선 검사로 탄창을 살펴 보니 한두 발 분량만 비어 있었어요. 탄창을 꽂은 뒤 제대로 쏴보기도 전에 즉사했다는 뜻이지요.”(이재성 학예연구사·52) 이 총은 당시 국군이 썼던 최신 영국제 기관총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습했다고 한다. 처음엔 총을 열어 내부를 볼 수도 없을 만큼 심하게 녹슨 상태였지만, 보존 처리를 통해 추가 부식을 막았다. 다행히 원형도 일부 복원했다. 문화유산연구원은 흔히 ‘옛것’만 다룬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현대사의 아픔이 깊게 배인 문화유산도 당연히 다룬다. 이 연구사와 윤혜성 학예연구원(42)은 이처럼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