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편의인가 통제인가… 여권이 가진 이중성

131897048.4.jpg“내가 가진 가장 귀중한 책자.” ‘악마의 시’의 작가 살만 루슈디는 2002년 본인의 한 저서에서 여권을 이렇게 표현했다. 오늘날 해외 휴가 또는 출장길에 항공권을 끊고 공항으로 향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것임은 분명한데, 루슈디는 여권에 대해 훨씬 큰 무게감을 느낀 듯하다. 그의 생애를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1960년대 루슈디가 소지했던 인도 여권엔 방문 가능한 몇몇 나라의 이름이 ‘괴로울 만큼 적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10대 때 영국 유학길에 오르고 몇 년 뒤엔 영국 여권을 취득했는데, 그의 세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게 열렸다. 당시 어딜 가든 환대받지 못하는 인도 여권을 갖고 있다가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누빌 수 있는 영국 여권 소지자가 된 루슈디. 단지 ‘책자’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말이다. 오늘날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권리로 세계서 통용되는 여권의 역사와 의미를 짚은 신간이 나왔다. 국적이나 신분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