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빼길 잘했어[소소칼럼]

131490488.1.jpg그날은 간만에 날씨가 좋았다. 따뜻하고도 말갛던, 귀한 공기를 흘려보낼 수 없었다. 퇴근 후 청계천을 내리 걸었다. 습관처럼 배낭을 한쪽 어깨로 돌려 메고 앞주머니를 열었다. 걸을 때든 달릴 때든, 언제건 속도를 내고 빠른 발걸음을 오래 지키려면 꼭 필요한 소품이 있었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천변 산책길은 바닥이 울퉁불퉁하다. 분당 130비트의 음악을 들으며 숨차게 걸을 만한 길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치 묵은 버릇처럼, 내 손은 조약돌 만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향했다. 그때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두 여성이 숨넘어갈 듯 웃음을 쏟아냈다. “최종이 최최최최종까지 갔다니까….”뻔한 대화, 지친 얼굴인데도 둘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 묻었다. 저물어가는 햇살이 두 사람의 얼굴을 발갛게 비췄다. 앞뒤가 궁금해지는 잔향을 남기고 5초도 채 되지 않아 그들은 내 뒤로 멀어져갔다. 배낭 지퍼를 닫던 두 손이 멈칫했다. 산책길은 붐볐다. 재촉하는 발걸음을 막아서며 느릿하게도 걷던 이들의 얼굴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