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의 장미조차/세허르스의 그림 앞에서는/그저 그림자에 불과하다네. (…) 세허르스는 그림으로 장미에 향기를 불어넣었네.’ 17세기 네덜란드 시인 콘스탄테인 하위헌스(1596∼1687)가 화가 다니엘 세허르스(1590∼1661)의 장미 그림을 극찬하며 남긴 시 구절이다. 세허르스는 플랑드르(현 벨기에) 출신의 예수회 수사이자 꽃병이 있는 정물화와 탐스러운 화환(garland)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였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전에는 그의 그림 ‘꽃병에 꽂힌 꽃’이 전시되고 있다. 해당 그림은 유리병에 꽂힌 각양각색 꽃들의 자태가 담겨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화려한 줄무늬 튤립이다. 빨강과 하양, 보라 등 다양한 색과 무늬를 자랑하는 튤립은 당시 네덜란드 최고의 사치품이었다. 네덜란드는 16세기 후반 오스만 제국에서 튤립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줄무늬’나 ‘불꽃무늬’가 있는 튤립은 엄청난 고가에 거래됐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