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비호(protect)를 신청하러 오는 성소수자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까? 독자들 대부분은 이들이 본국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어온 사람들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에서도 난민인정률 1%대의 현실 속에서 난민이라는 이유로 단속당하고 감금당한다. 게다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HIV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인보호소'에서 징벌적 배제와 차별을 당한다. 지난 연재 6화(관련기사 :
난민신청은 권리일까 죄일까 https://omn.kr/2cp6s)에서 했던 질문을 다시 던지고, 한 가지 질문을 덧대어 본다.
"난민신청은 권리일까 죄일까."
"성소수자임은 권리일까 죄일까. 대체 무엇이 권리를 죄로 만드는가?"
어떤 이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극심한 박해를 피해 본국을 떠나온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이런 처우를 받는 것 정도는 감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적어도 여기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받지도, 물리적 폭력이 만연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성소수자가 본국에서 받아온 박해를 문서로 입증할 수 없거나, 분명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결국 미등록이주민의 처지로 살게하며 단속하고 구금하며 추방한다. 그리고 외국인보호소라는 구금시설에서 정체성과 질병을 이유로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정당화한다.
따라서 난민이라는 이유로 단속과 구금하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인권침해를 하는 주체가 대한민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성소수자와 HIV감염인에 대한 차별은 구금이 생산해낸 결과물이다. 구금과 시설수용이 아니었다면 이런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 이는 구금된 수용인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조작된 차별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금시설에서 발생하는 성정체성, 질병에 대한 차별은 외국인보호소로 한정되지 않는다. '선주민', '국민'으로서 형사처벌을 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된 성소수자, HIV 감염인 또한 비합리적인 이유로 차별, 분리, 배제를 겪고 있다. 이런 차별구조가 형사범도 아닌 미등록이주민을 교정시설과 유사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하는 부당한 상황과 만나서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으로 살아가는 미등록이주민과 난민이 부당한 '이중 징벌' 상태에 놓이도록 만든 것이다.
성소수자 난민은 왜 구금되는가난민법이 제정된 대한민국에서 이들은 정당하게 난민으로 대우받고 올바른 절차에 따라 심사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난민 심사과정에서 '박해'가 아니라 '성소수자 정체성 자체'에 대한 심사를 받고, 사생활을 침해당하며, 인권침해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드는 요인은 한국의 난민심사가 마치 형사재판처럼 증거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박해를 피하여 피신해야만 했던 난민 당사자는 주장을 뒷받침할 물증, 신분증이나 공문서를 준비해오지 못한다. 신청자가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는 심사관이 보기에 진술의 신뢰성과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각당한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가 접한 사례들 중에는 신청자 애인의 이름이 면접 조사 과정과 재판 중 한국어 표기 문제로 일부 달라졌다는 이유, 성적지향을 처음 고민하기 시작한 나이가 언제였는지에 대한 진술이 면접 당시와 재판시 일부 불일치했다는 이유, 동성애자 남성인데 여성과 찍은 사진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당한 경우도 있었다(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무지개는 국경을 넘는다 2편>, 21~22쪽,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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