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정치 얘기하면 안 됩니다."
많은 교인들이 이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심지어는 목회자조차 조심스럽게 입을 닫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정치 이야기는 분열을 낳기 때문에", "가족 간에도 정치 얘기는 피하니까 교회도 그래야 한다."
하지만 이 평범하고 무난해 보이는 말이 실제로는 신학적으로 위험한 침묵일 수 있다는 주장이 교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연 교회는 정치 이야기를 해도 되는가? 아니, 해야 하는가?
감정적 회피가 신학적 회피로 번질 때"정치 이야기는 갈등을 낳는다"는 주장은 감정적 불편함을 앞세운다. 그러나 많은 신학자들은 "불편함이 곧 회피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신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는 곧 삶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이 땅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영역이죠. 신앙이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이상, 정치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도리어 신앙을 축소시키는 일입니다."
실제로 예수는 끊임없이 공공의 영역에 대해 말했고, 성전 정화 사건이나 가이사의 동전에 대한 대답 등은 모두 권력과 제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신학적 응답이었다.
성경 속 '정치하는 하나님'교회가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중립일까? 아니다. 성경은 늘 불의한 체제에 맞서 외치던 선지자들의 기록이다.
이사야는 "크게 외치라, 아끼지 말라"고 외쳤고, 아모스는 "정의를 물같이 흐르게 하라"고 말했으며, 예레미야는 눈물로 나라의 죄악을 지적했다. 예수 역시 당시 종교 권력과 정치 권력에 침묵하지 않았다. 가난한 자의 편에 섰고, 억눌린 자들을 품었으며, 성전을 장사판으로 만든 자들을 쫓아냈다.
거리에서 외치는 한 목회자는 이렇게 말했다.
"복음은 사회를 바꾸는 힘입니다. 그게 복음의 본질이에요."
"교회가 침묵하면, 결국 강한 자의 질서가 유지됩니다. 교회가 중립을 표방할 때, 실제로는 불의한 질서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거죠."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선택'이다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