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에서 종종 벌어지는 '침대 축구'는 아주 야비하고 비겁한 전술입니다. 정면승부를 하면 질 게 뻔하다고 생각하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구사하는 반스포츠적인 행위입니다. 경기를 즐기려는 관중은 안중에도 두지 않습니다. 오로지 지지 않는 것만 목표로 합니다. 엄살 부리고 드러눕고 시간 끌면서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침대 축구의 말로는 승부에서도 지고 관중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내란 세력이 구사한 전술이 바로 '정치판 침대 축구'였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변론 종결 38일 만인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예고하면서 드디어 지긋지긋한 내란 드라마도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마은혁 재판관 임명 거부로 쓸데없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진하게 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침대 축구 책임까지 사해 줄 순 없습니다.
2차 미임명은 1차와 비교할 수 없는 중죄그가 대행을 맡은 뒤 바로 마 재판관을 임명했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렇게 늦어지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헌재가 변론을 종결하고도 40일 가까이 기일을 잡지 못했던 것은 분명히 이상 사태였습니다. 8-0 전원 일치 탄핵 인용을 자신했던 헌법학자들도 헌재의 시간이 늘어지면서 점차 재판관 8인의 의견 대립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3월 24일 나온 한덕수 대행에 대한 헌재 판결에서 드러난 각 재판관의 논리와 성향이 더해지면서 탄핵 인용과 기각 '5-3 교착설'이 유력하게 떠올랐습니다. 더불어 거리의 긴장도 한층 커졌습니다. 그가 마 재판관을 임명했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한 대행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되기 전에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게 1차 침대 축구라면, 헌재에서 기각 판결을 받고 복구한 뒤에도 임명하지 않은 것은 2차 침대 축구입니다. 2차는 1차와 비교할 수도 없는 중죄입니다. 가중처벌 대상입니다.
헌재는 그에 대해 '5(기각) 대 1(인용) 대 2(각하)'로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다섯 명의 재판관이 분명하게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최상목 대통령 대행 시절에도 마 재판관의 미임명이 헌법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복귀 이후 한 대행은 헌재의 위헌 결정을 두 번이나 연속으로 무시한 것입니다. 서민은 단돈 몇 백 원을 훔쳐도 감옥에 가는 판에, 헌법을 두 번이나 짓밟은 한 대행을 그냥 놔두는 건 정의에도 형평에도 맞지 않습니다.
최상목 경제 부총리의 책임도 가볍지 않아전체 내용보기